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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철학사 35 : 소쉬르(1857~1913)서양철학사 2022. 2. 12. 09:26728x90반응형SMALL
소쉬르
스위스의 언어 학자로, 언어가 성립하는 구조를 분석하는 구조주의 언어학을 창시하고, 공시 언어학과 통시 언어학을 구별해 언어 연구 방법을 혁신했다. 구조주의라는 20세기 철학 사조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며, 언어학자이지만 현대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랑그와 파롤 : 언어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언어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즉 언어의 구조를 탐구해 보고자 할 때 언어학자인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소쉬르의 사상은 그의 저서 [일반 언어학 강의]를 통해 알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소쉬르가 직접 집필한 책이 아니라, 그가 죽은 후 제자들이 강의록을 모아서 출간한 책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제자의 글이 포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의의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소쉬르의 언어 이론부터 살펴보자. 그는 모든 언어 활동과 언어 능력을 통틀어 '랑가주(langage)'라고 불렀다. 이 랑가주는 크게 '랑그(langue)'와 파롤(parole)'로 나뉜다.
랑그는 각 나라의 모국어나, 공통된 문법 등 사회에서 인정된 언어 규칙을 의미한다. 하지만 언어는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명확한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파롤은 랑그에 바탕을 두고 개개인이 그때그때 주고받는 메세지를 지칭한다. 랑그는 언어 규칙, 파롤은 개개인의 언어 행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파롤은 단순히 랑그를 실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대로 랑그에 영향을 끼쳐서 랑그를 변용시켜 나가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일상적인 언어의 용법이 본래 언어의 규칙조차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쉬르는 이렇게 말한다.
"랑그 탄생의 바탕이 될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수천 명 개개인의 파롤이 필요하다."
소쉬르는 낱말이 지닐 수 있는 의미의 범위를 '가치'라고 부른다. 이 가치 체계 안에서 여러 가치가 상호의존함으로써 한 낱말은 다른 낱말과 '차이'라는 형태로만 존재하게 된다. 요컨대 체계 안에 존재하는 낱말은 그 자체가 단독적인 의미를 갖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다른 낱말과 서로 부딪치면서 그 상호 관계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낱말의 의미는 딱 하나로 규정하기도 힘들고, 또 정의할 수도 없다.
달리 표현하면 소쉬르의 체계에서는 개별보다 전체가 앞서고, 그 전체 안에서 여러 요소가 상호 가치를 서로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개별적인 것들의 총합이 전체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소쉬르는 언어의 의미를 전체 구조에서 파악하며, 구조주의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반응형언어 기호 : 언어의 소리와 뜻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언어는 소리와 뜻, 즉 발음과 의미의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배'라는 소리만 들었을 때는 맛있게 먹는 배인지, 인체의 배인지, 탈 것으로의 배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어의 소리와 뜻은 어떻게 소리와 뜻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 것일까?
소쉬르는 언어를 하나의 '기호(signe, 시뉴)' 체계로 파악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기호 표현인 '기표(signifiant, 시니피앙)'와 '기의(signifie, 시니피에)'로 구분했다. 즉 기표란 언어의 소리 측면이고, 기의는 그 소리가 지칭하는 의미를 말한다. 예컨대 밤이라는 기표에 대해 먹는 '밤'과 캄캄한 '밤'이라는 기의가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언어는 기표를 매개로 소리의 영역이 확정되고, 기의를 매개로 뜻이 확정된다. 따라서 소쉬르는 언어 기호를 통해 비로소 사물의 관념은 명확해진다고 밝혔다.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을 때, 그것이 언어로 표현되고 이름 붙여짐으로써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언어는 소리와 뜻의 무수한 조합 가능성이 훌륭하게 짝지어짐으로써 탄생한다. 이때 조금만 조합이 달라져도 완전히 다른 뜻이 되고 만다. 방과 빵이 전혀 다른 단어인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시표와 기의의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
SMALL소쉬르는 기표와 기의의 관계를 수소 분자와 산소 분자로 이루어진 물에 비유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언어라는 물을 수소와 산소로 나눈다면, 그것은 이미 언어학의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더 이상 언어적인 실체로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물이 수소와 산소 분자로 나누어진다면 그것이 더 이상 물이 아닌 것처럼, 언어가 기표와 기의로 나누어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언어가 아니라는 이야기리라.
소쉬르 이전까지 언어에 대한 연구는 언어의 역사와 각 언어의 차이를 비교하며, 언어의 실체를 밝히는 일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소쉬르는 언어는 실체가 아닌 형식이라고 말하며, 언어는 일종의 기호라고 주장했다. 언어 기호는 본원적으로 정해진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체계 내의 다른 언어 기호와의 차이에 의해 고유의 기의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기표가 특정 기의와 맺어지더라도, 이 연결에서 둘의 논리적 관련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타고 다니는 차를 승용차라고 부르지만, 영어권 사람들은 '카(car)'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기표와 기의의 관계가 '본질적'이지 않고 '자의적'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소쉬르는 언어 기호가 자의적이라고 말하며, 기표와 기의의 결합은 자연법칙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해당 사회에서 자의적으로 결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역설한다. 언어는 특정한 실체가 있는 것 아닌, 의미를 표현하는 하나의 형식일 뿐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소위르는 언어의 실체를 과감히 해체하고, 언어의 구조에 주목하며 구조주의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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