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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사 40 : 제레미 벤담(1748~1832)서양철학사 2022. 2. 17. 09:40728x90반응형SMALL
제레미 벤담(1748~1832)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로, 공리주의의 창시자로 일컬어진다. 행위가 행복을 선사하면 옳은 행위이고, 그렇지 못하면 옳지 못한 행위라는 전제 하에, 행위의 선악은 쾌락 혹은 고통을 늘리거나 줄이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대표되는 유명한 '공리주의'의 핵심이다.
반응형공리주의 : 사회라는 테두리에서 본 행복이란?
제레미 벤담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공리의 원리'를 제창했다.
"자연은 인류를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군주의 지배하에 두었다.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제시하고 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쾌락과 고통, 이 두가지뿐이다."
요컨대 쾌락과 고통을 행동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때 쾌락은 선이고 고통은 악이다. 따라서 쾌라그이 양을 계산해, 쾌락이 고통보다 더 많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렇게 쾌락과 고통의 윤리관에 기초해 사회 규칙을 만들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인간의 쾌락은 저마다 다른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이를 어떻게 사회 전체의 규칙과 연결할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다. 이에 대해 벤담은 "공리성의 원리는 충분히 사회에 적용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벤담의 확신에는 '사회의 행복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모두 더한 총합이다'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바로 이것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표어의 핵심 내용이다.
'최대 다수 최대 행복'에 따르면, 사회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행복보다 다수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쪽이 바람직하다. 또한 같은 다수의 행복이라도 작은 행복보다 큰 행복을 늘리는 쪽이 낫다.
벤담은 공공성의 원리에 기초해서 다양한 제도 개혁을 제안했다. 앞서 푸코의 철학에서 등장한 '파놉티콘'이라는 원형 감옥의 아이디어를 제시한 인물도 벤담이다.
이 감옥은 중앙에 감시탑을 둔 원형 감옥으로 간수가 중앙 감시탑에서 둘러기만 해도 감옥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느 점에서 관리와 통제가 효율적인 감옥 구조이다. 수감자는 자신이 항상 감시받고 있다는 부담감에 고통받을지도 모르지만, 원형 감옥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사회 전체로 봤을 때는 행복의 총합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원형 감옥은 다른 감옥에 비해 최소한의 인원과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벤담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벤담은 빈민을 관리하기 위해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거리에서 구걸하는 거지들을 빈민 수용소인 구빈원에 가두면 거리를 지나다니는 다수의 쾌락이 늘어난다고 생각했다. 쫓겨나는 거지 처지에서 보면 인정머리 없는 처사이지만 다수 시민의 쾌락과 소수 거지의 고통을 단순 비교하면 결과는 명백하다.
인간미 없는 냉혹한 발상임에는 분명하지만, 실제 현대 사회에서도 공리성의 원칙을 내세우며 노숙자를 소외시키려는 주장이 분명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공리주의의 의미와 한계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여론 재판소 : 여론이란 무엇인가?
선거철만 되면 '국민의 목소리는 하늘의 뜻'이라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는데, 정말 그럴까?
실제로 정부는 여론 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방침을 수정하기도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여론의 역할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책을 바꿀 만큼 막강한 힘을 지닌 여론이란 과연 무엇일까? 벤담의 주장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벤담은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좀 더 효율적인 정치 시스템을 모색했다. 가장 먼저 그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벤담은 그 해답으로 불필요한 낭비가 없는 통치를 생각했다. 이익을 갉아먹는 행위나 불필요한 낭비가 생기면 효율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SMALL벤담은 이러한 관점에서 공익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공직자의 부패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입법부(국회)에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제동 장치를 마련했다. 이를테면 매년 공직자를 다시 뽑는다는 식이다. 무엇보다 '여론 재판소'라는 개념에 기대를 걸었다. 여론 재판소란 별도의 제도적인 기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현실 사회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표명하는 의견, 즉 여론 그 자체를 의미한다.
다만 대중의 공통된 의견인 여론은 가시적인 제도처럼 움직이고 있다. 유능한 통치자는 여론을 다스리고, 현명한 통치자는 여론을 따른다. 반대로 어리석은 군주는 여론을 무시한다. 벤담은 군주가 여론을 무시할 때 국민으로부터 도덕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제재가 필연적으로 가해진다고 생각했다.
벤담은 공적 기관의 의사 기록과 공개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공개된 정보를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끔 마련한 제도적인 장치이다. 이를 통해서도 벤담이 여론 재판소의 기능을 염두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벤담이 생각하는 여론이란, 국가를 올바르게 운영해 나가기 위한 비제도적인 정치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벤담이 규정한 여론 재판소 구성원의 범위다. 그는 선거권을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선거권이 없는 미성년자와 여성도 여론 재판소의 구성원에 포함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외국인이라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점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인식하는 여론의 개념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벤담이 생각한 여론은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진보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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