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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사 46 : 한나 아렌트(1906~1975)서양철학사 2022. 2. 28. 08:58728x90반응형SMALL
한나 아렌트
독일 출생의 현대 사상가이자 정치철학자로, 나치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후 줄곧 미국에서 활약했다. 전체주의 분석을 통해 정치사상계의 주목을 받았고, 핍박받은 개인적인 체험에서 '공공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수동적인 '생각 없음'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전체주의 : 독재자가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나큰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는 역사 속에 끊임없이 나타났다. 더욱이 사람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면서 혜성같이 등장한 경우도 많았다. 물론 처음에는 잔혹한 독재성을 드러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 정치로 사람들을 위협하기 때문에 독재자의 흑심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손을 쓰기에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독재자가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재 정권의 폐해를 직접 경험한 아렌트의 '전체주의' 분석을 통해 이 물음의 답을 찾아보자.
아렌트는 독일 나치즘과 소련 스탈린주의라는 양대 역사적 현상을 '전체주의'로 규정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국가 형식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대표 저서에서 전체주의의 본질을 폭로했다.
그녀는 전체주의의 기원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즈음, 계급사회가 해체되고 대중사회가 도래한 부분에서 찾았다. 대중사회란 사회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집합체이 이르는데, 대중사회 이전의 계급사회에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긴장된 의견대립으로 긴장된 의견 대립으로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었다. 반면 대중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유대감을 형성하지 않은 채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개인은 고독과 고립감을 맛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고립감을 교묘하게 이용해 공동 환상과 같은 감정을 심어주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독재자에게 현혹되기 쉽다. 다만 모호하기 그지없는 공동환상에는 확실한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독재 정치의 속셈을 숨기기 위해 비밀경찰을 동원해 국민을 위협한다.
이처럼 전체주의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결과적으로 사람들을 단결하게 한다. 만약 독재자에게 누군가가 반대표를 던지면 가차없이 숙청해버리는 식이다. 이에 따라 이 사회는 완벽한 밀고 사회라고도 말할 수 있다. 아렌트는 이같은 특징에 주목하며 전체주의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국가 형태라고 결론을 내린다.
결국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 자체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시점에서 전체주의가 탄생하며 독재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다면 대중사회가 점차 심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야말로 독재자가 출현하기 좋은 환경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어쩌면 무시무시한 독재자가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행위 : 인간다운 삶이란?
바쁜 일상에 쫓겨 취미 활동은 커녕 휴일이면 부족한 점을 보충하느라 여념이 없는 것이 평범한 현대인의 모습이다. 주말 동안 멍하니 지내다가 다시 허둥지둥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며 일주일을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생활을 지낸다. 어느날 문득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과연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일까?'하는 자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지국히 인간적인 이 물음에 철학적인 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이다.
이 책에서 아렌트는 '노동'과 달리 '작업'은 사물 제작에 관여하는 활동임을 강조한다. 즉 '노동'은 인간 육체의 생물학적 과정인 자연성에 대응하는 활동력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요리나 빨래 등 인간의 생존과 욕구 충족을 위해 행하는 육체적인 동작이다. 반면에 '작업'이란 인간 존재의 비자연성에 대응하는 활동력을 의미한다. 단순한 밥벌이가 아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일의 재미와 자긍심을 느끼며 만들어 내는 제작물이 바로 작업 활동의 결과물인 것이다.
반응형아렌트는 더 나아가 노동과 작업 이외에도 '행위'를 인간의 활동으로 구분하며, 그 의의를 설명했다. 여기에서 '행위'란 언론을 통한 시민의 풀뿌리 정치활동을 일컫는다. 정치 활동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단지 지역 공동체 안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대의를 위한 활동이다.
아렌트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 논의하고 사안을 결정하고 상부상조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이런 정치적 인간이기에 공공성을 도모하는 행위가 필요하고, 그 행위는 유상과 무상을 따지지 않고 공적인 삶을 영위하게 이끈다. 결국 인간의 활동 가운데 생존을 위한 '노동'이나 정신적인 충족을 위한 '작업'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행위'에 가치를 두는 삶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이라고 아렌트는 주장하고 있다.
SMALL노동, 작업, 그리고 공공성의 행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삶은 인간이 아닌 기계나 다름없다. 아무런 고민이나 생각없이 주어진 회사일만 하루하루 처리해 나가는 인생은 무의미하다. 이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기계처럼 하루를 지내다보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의미마저 상시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아렌트는 이를 생각 없음, 즉 '무사유'라고 불렀다.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나치 전범인 아이히만의 재판을 관찰하고 분석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아렌트는 무사유의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타성에 젖어 생활하다 보면 특별한 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 누구나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악의 평범성'이다.
인간다움의 상실은 잔혹한 악행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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