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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사 8 : 파스칼(1623~1662)서양철학사 2022. 1. 18. 11:51728x90반응형SMALL
파스칼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수학자, 물리학자, 신실한 종교인이며, 모럴리스트이기도 하다. 프랑스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현대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수학자로서도 활동했는데, '원뿔 곡선론', '확률론'을 발표했으며, 물학자로서는 '파스칼의 원리'를 발견했다.
기하학적 정신과 섬세한 정신 :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이라 하면 보통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행위를 떠올린다. 하지만 과연 논리적이기만 하면 '잘' 생각하는걸까? 좀 더 균형 잡힌 사고력을 갖추고 싶다면 블레즈 파스칼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팡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파스칼은 [팡세]의 첫머리에서 '기하학적 정신'과 '섬세한 정신'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하학적 정신'이란 정의나 원리를 토대로 사물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정신이다. 반면에 '섬세한 정신'이란 직관으로 사물 전체를 한눈에 파악하는 정신이다. 기하학적 정신은 합리적인 인식이고, 섬세한 정신은 감성적인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파스칼은 대륙 합리론(17세기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과 같은 유럽 대륙의 철학자들에 의해 전개된 철학)의 시조인 데카르트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데카르트가 이성을 우위레 두고 사고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인간을 철저하게 기계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데카르트와 달리 파수칼은 인간이 기계와는 전혀 다른 복잡한 존재이며, 인간은 자신을 좀 더 깊이 알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인간은 자지 자신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진리를 발견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나 자신의 생활을 규율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파스칼은 인간이 정신적으로 나약한 존재라고 통찰했다. 그에 따르면 약한 존재인 인간은 낭떠러지로 보지 않으려고 눈앞을 가린 뒤에야 절벽을 향해 달린다. 엉뚱한 상상을 하다 보면 무서워서 한 걸음 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에게 상상력은 적이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상상은 말도 안 되는 어림짐작으로 아주 작은 대상을 우리의 영혼을 가득 채울 만큼 큰 존재로 확대시킨다. 또한 실제로는 아주 거대한 존재를 무모한 자만심 때문에 자신의 눈높이까지 축소시키기도 한다. 마치 신에 대해 말할 때처럼 말이다."
다시 [팡세]로 돌아가보자. '팡세'라는 단어는 프랑스어에서 '생각, 사색'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파스칼의 '팡세'에는 논리적인 사고뿐 아니라 감성적인 판단이라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이제 '생각'에 대한 생각이 자리 잡혔는가? 우리는 파스칼을 통해 한 가지를 알 수 있다. 사물을 생각할 때 논리적으로 사고할 뿐만 아니라, 감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면 균형 잡힌 사고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잘' 생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생각하는 갈대 : 인간과 식물의 차이점은?
인간과 식물은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인간과 식물이 전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에도 파스칼의 [팡세]가 답을 줄 것이다.
애초에 파스칼이 [팡세]를 집필한 이유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우리는 [팡세]를 인간성을 탐구하기 위해 집필한 책이라고도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파스칼이 인간의 본성을 분석하고, 도덕적인 삶을 탐구했기 때문이다.
수필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처음에는 인간의 위대함과 비참함, 이 두 가지의 모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다음으로는 이 모순을 해결하려는 철학자의 무력함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은 신의 사랑을 통한 비참함의 구원에 대해 발한다.
여기에서는 세 갈래의 길 가운데 첫 번째, 인간의 위대함과 비참함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인간의 모순을 이야기한 대목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명언이다. 인간을 쉽게 부러지는 연약한 식물에 묘사하다니, 인간이 연약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려던 것일까? 이어지는 파스칼의 설명을 들어보자.
"인간은 자연 가운데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하지만 그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파스칼은 인간이 갈대처럼 바스러지기 쉬운 나약한 존재지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갈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파스칼의 말처럼 생각하는 행위는 인간만이 가능하다. 달리 표현하면 그만큼 생각해야 할 문제나 고민거리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문제를 내버려 두거나, 피해서 도망가지 않고 당당히 맞선다. 그래서 인간은 식물보다 강한 존재가 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나약함이나 비참함을 원망하기 쉽지만 반대로 그래서 더 위대하다. 비참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기 때문이다. 동물도, 식물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없다.
파스칼은 인간의 나약함과 강인함을 두루 살피면서, 사고 활동의 위대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약한 존재임을 받아들인 다음에 사색을 통해 약함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극복해야만 비로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파스칼은 약함을 부정하는 일도 옳지 않고, 생각을 포기하는 일고 인간답지 못하다고 말하고 싶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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